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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 농아인스포츠 고사 위기… 관심 가져야” (세계일보)

  • 관리자
  • 632 |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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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연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부회장은 “현재 농아인스포츠의 현실이 ‘척박’을 넘어 ‘고사’ 직전”이라 진단하고,

“사회적 관심과 국가 지원 속에 농아인스포츠 선수들이 자신의 삶을 구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농아인스포츠 고사 위기… 관심 가져야”

대한민국 농아인스포츠는 정부와 장애인체육계의 무관심 속에 생태계 전부가 고사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해요.”
 
조일연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부회장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 하나를 세운 인물이다.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충주 성심학교의 교감으로 재직하던 2002년 성심학교에 야구부를 창단한 것. 장애인스포츠부가 아닌 일반 고교야구부로 창단한 성심학교는 이후 고교야구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자신들의 꿈을 걸고 일반 선수들과 지금까지도 경쟁해오고 있다. 이런 성심학교의 이야기가 2011년 영화 글러브로 만들어져 많은 국민에게 재조명되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2007년 성심학교에서 정년퇴직하며 교직을 떠난 뒤에는 한국농아인야구협회 회장을 맡아 자신이 개척한 농아인 야구계를 지켜왔다. 이후 2018년부터는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의 유일한 비농아인 부회장으로 합류해 야구뿐만이 아닌 농아인스포츠 전반을 위해 뛰는 중이다.
 
이런 조 부회장은 지난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농아인스포츠의 현실이 척박을 넘어서 고사 직전이라고 강조했다. 그 어떤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서서히 스포츠 생태계가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농아인들은 장애인 사회에서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집단인데, 사회 전반과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도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하게 되는 만큼 스포츠야말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아인스포츠는 2005년 장애인스포츠연맹 설립 이후 고착되어버린 국내 장애인 스포츠 구조 속에서 우리만의 영토를 찾지 못하고 있어요.”
 
조 부회장이 강조하는 고착된 구조란 신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중심의 장애인체육에 농아인체육이 종속돼 있는 상황을 말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두 카테고리는 분리돼 각자의 영역을 존중받으며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에 준하는 세계대회도 농아인스포츠가 1924년 데플림픽을 창설해 먼저 출발했고, 장애인스포츠가 1960년대 패럴림픽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5년 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되면서 별도의 농아인스포츠단체 없이 농아인들을 이 단체에 포함시켰어요. 농아인들은 커뮤니케이션의 한계 속에서 자기를 대변하기 힘들었죠. 장애인체육회가 탄생할 때 누구도 자기들 권리와 의견을 대변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대등하게 존중받아야 할 농아인체육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 조 부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농아인 인구는 35만명, 신체장애인 인구는 110만명인데, 국가 지원만 봐도 두 카테고리의 비중에 맞게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아인스포츠는 데플림픽 참가 보조와 매년 나오는 15000만원의 예산이 지원의 전부입니다. 매년 600억원이 넘는 장애인체육회 예산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대우를 받는 셈이죠.”
 
이처럼 예산뿐 아니라 정책적 지원도 없다 보니 농아인스포츠는 자신들의 생태계를 만들어갈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현재도 일부 농아인 선수들이 데플림픽 도전을 통해 자아실현을 해나가고 있지만 그건 소수가 받고 있는 혜택일 뿐이라며 사회적 관심과 국가 지원 속에 더 많은 농아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삶을 구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기적 목표는 국제 흐름에 맞춰 농아인체육을 장애인체육으로부터 별도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농아인체육의 이름 아래 데플림픽에서 시행하는 하계 17종목, 동계 5종목 중 국내에서 성행하는 10개 종목 정도는 개별 하부 단체를 꾸려야만 합니다. 이를 통해 농아인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를 제외하고 우리에 대해 논의하지 말라는 특수교육의 중요 정책 하나를 거론하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사회가 그동안 소외됐던 농아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장애인체육에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나라입니다. 국민들이 장애인체육의 숭고한 의지를 선의로 바라봐준 덕분이죠. 그 선의가 이제는 농아인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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